서촌은 경복궁 서쪽에 위치한 지역으로, 조선 시대부터 현재까지 여러 시대의 모습을 담고 있는 곳입니다. 오래된 사진첩을 뒤적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동네로, 서촌과 북촌 마을은 서로 자주 비교됩니다. 서촌은 '자하문로 9길'에서 '필운대로'로 이어지는 벚꽃길이 아름다운 것으로 유명합니다.
조선 시대에는 서촌이 통역관이나 의술에 종사하는 중인과 예술가들이 모여 살았으며, 북촌은 고관이나 양반들의 거처가 모여 있었습니다. 서촌에는 인왕제색 등으로 유명한 정선과 추사체 대가 김정희 등 뛰어난 예술가들이 살았으며, 현대에는 이중섭 화가와 윤동주 시인 등이 이곳에서 생활하였습니다.
조선 후기 화가인 정선은 우리나라의 자연을 사실적으로 그린 진경산수화로 유명합니다. 그는 수성동 계곡이 있는 서촌에 살았습니다. 현대에도 정선과 같이 이름을 날린 화가나 소설가들이 서촌에 많이 거주하고 있다고 합니다. 서촌은 역사적인 가치 뿐 아니라 다양한 볼거리도 많은 곳입니다. 조선 시대 여름 휴양지로 유명한 수성동 계곡, 서양 선교사에 의해 건립된 배화학당, 화가 이중섭이 거주했던 집, 시인 윤동주의 하숙집, 박노수 미술관, 대오서점, 화가 이상범의 가옥, 시인 이상이가 살았던 집 등이 있습니다.
캐롤라이나 학당
서촌을 방문하려면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내리면 됩니다. 1번 출구로 나와서 300m 정도 걸으면 배화여자고등학교가 나옵니다. 이 학교는 우리나라에 온 최초의 여성 선교사 캠벨에 의해 설립된 캐롤라이나 학당으로, 1898년에 한성 인달방 고간동(지금의 서울 종로구 내자동)에 세워졌습니다. 캠벨은 기독교 전파와 함께 여성들에게 근대 학문을 가르치기 위해 이 학교를 설립했는데, 학교 이름은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아이들이 성금을 내어 지어진 것으로, 캐롤라이나 학당이라고 불리게 되었습니다.
윤동주 하숙집 터
서촌 인왕산 능선 아래에 위치한 수성동은 조선 시대에 ‘수성동(水聲洞)’이란 이름으로 불리웠습니다. 이 동네는 물소리가 아주 맑아서 그렇다고 합니다. 수성동 계곡은 조선 시대 명승지 중 하나였고, 진경산수화의 대가인 정선의 작품 ‘수성동’의 배경으로도 유명해졌습니다. 이 계곡은 예전엔 선비들의 여름 휴양지로도 알려졌고, 현재는 조선 시대 한옥집과 현대식 빌라가 공존하는 곳입니다.
수성동 계곡 입구에 가면, 정선이 그린 ‘수성동’ 작품과 같은 경치를 볼 수 있습니다. 조선 후기 화가인 정선이 그림을 그린 자리에 서서 같은 경치를 감상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현재는 수성동 계곡에서 청계천까지 이어지는 물길이 끊어졌지만, 예전에는 수성동 계곡의 물이 청계천을 지나 한강까지 이어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수성동 계곡에는 천연기념물인 도롱뇽이 살고 있는데, 1급수에만 살아서 그만큼 수성동 계곡의 물이 깨끗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주변 환경은 많이 변했지만, 수성동 계곡 일대는 여전히 조선 시대와 대한민국의 흔적이 함께 남아있는 곳입니다.
박노수 미술관
수성동 계곡을 지나 몇 분을 걸어가면 박노수 미술관이 나옵니다. 현재의 박노수 미술관은 일제 강점기 친일파로 악명 높던 윤덕영이 그의 딸을 위해 짓기 시작한 주택이었습니다. 그러나 광복 이후 화가 박노수가 이곳을 사들여 거주하게 되면서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서울시 문화재자료 1호로 등록되었습니다.
박노수 미술관은 조선 말기의 한옥과 중국, 서양의 건축 양식들이 혼합되어 있는 건축물로, 한옥의 느낌과 현대적인 느낌을 동시에 느낄 수 있어 평가받고 있습니다. 미술관 내부에서는 박노수 화가의 작품들도 감상할 수 있으며, 햇살이 들어오는 다락방 창문으로는 아름다운 풍경도 볼 수 있습니다. 수성동 계곡을 거쳐 대오서점을 지나 이상범 가옥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상범은 일제 강점기부터 현대까지 활동했던 이름난 한국화가이자, 동시에 손기정 일장기 말살 사건의 주인공 중 한 명이었습니다. 그의 가옥은 개량한옥으로 예쁘게 지어져 있어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이상의 집
이상범 가옥을 지나 경복궁 방향으로 수십 미터를 가면 ‘오감도’, ‘날개’ 등의 뛰어난 작품을 남긴 시인 이상의 집이 있습니다. 시인이자 소설가였던 이상은 1910년 사직동에서 이발사의 아들로 태어나, 세 살 때 큰아버지의 양자가 되어 현재 통인동 154번지로 이사했습니다. 그는 이곳에서 1933년까지 살았으며, 이 곳의 일부는 이상의 집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건물은 이상이 살던 집이 아니며, 집터의 일부가 이상의 집이었다고 합니다.
이상의 집으로 알려진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이상의 소설 『날개』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집 안쪽에는 커다란 철문이 자리하고 있는데, 철문을 열고 들어가면 어두컴컴한 공간에 계단이 나옵니다. 이 계단은 발코니로 연결되는 계단이자 이상에 대한 영상을 관람할 수 있는 좌석입니다. 계단에 앉아서 이상의 그림과 글을 통해 이상의 생애를 재구성한 짤막한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재미있는 공간입니다.
서촌의 벚꽃길과 가볼만한 카페
서촌의 평온한 분위기가 좋은 자하문로는 봄에 아름다운 벚꽃이 피어내리는데, '자하문로 9길'에서 '필운대로'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가다보면 벚꽃의 몽환속으로 들어설 수 있습니다. 보기드문 수양벚꽃이 고개 위로 만개해 있는 것을 보면, 기다리던 봄이 왔음을 한껏 느낄 수 있습니다. 서촌 벚꽃길을 걷다보면 만날 수 있는 19평거실이라는 카페에서 그윽한 향의 커피와 함께 시원한 맥주도 맛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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