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녹은 자리에 따뜻한 햇살이 비추면, 어느새 봄이 와서 꽃들이 피어납니다. 가지 위에는 솜사탕 같은 꽃들이 피어 있고, 공중에는 금방이라도 튀겨낸 듯한 팝콘이 쏟아지며, 검은 가지 위에는 하나도 없던 잎사귀가 새하얗게 노랗게 물든 꽃들이 만발합니다.
봄이 꽃피는 계절, 그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벚꽃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봄의 꽃입니다. 벚꽃이 만개할 때는 하늘에서 향기로운 꽃비가 내리기도 해서 참으로 아름다운 광경을 선사합니다.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벚꽃을 볼 수 있는 곳은 경남 창원 진해입니다. 진해에는 약 35만 그루의 벚나무가 심어져 있으며, 진해 벚꽃의 역사는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일본인들이 거주하고 많은 일본인들이 오가는 곳으로, 일본은 진해를 더욱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 벚꽃을 심었습니다. 그러나 1945년 광복 이후 진해는 일본 국화인 벚꽃 제거 운동에 나서게 됩니다. 그리고 1962년, 진해의 벚나무가 제주도 왕벚나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벚나무 살리기 운동이 전개됩니다. 덕분에 우리가 지금 감상하는 진해의 아름다운 왕벚나무들이 지켜지게 되었습니다.
진해는 봄철 벚꽃 명소로 손꼽히는데, 계절이 바뀌어도 그 매력은 여전합니다. 가을이 끝나가는 시기, 낙엽이 떨어지기 시작한 경화역을 찾아봤습니다. 경화역은 1926년에 준공된 간이역으로, 창원과 진해를 이어주는 통근 기차가 다니던 역으로 시민들의 만남의 장소였습니다다. 그러나 2006년 여객 업무를 완전히 중지하며 그야말로 서글픈 신세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폐역의 운명에도 불구하고 예전처럼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왜냐하면 철도를 따라 양쪽으로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800m의 벚꽃 터널이 워낙 장관이기 때문입니다.
봄이 찾아오면 매년 넘쳐나는 관광객들의 찬사를 받았던 경화역은 스산한 날씨에도 그 모습을 잃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조용하게 봄이 오기를 기다리는 듯 의연한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떨어지는 낙엽 소리와 함께 어딘가 고요한 느낌이 전해졌습니다. 벚꽃이 없어져도 이 길에는 아름다운 코스모스들이 반겨주며, 그만의 낭만과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기차가 다니던 그 자리는 더 이상 텅 비어 있지만, 그곳에서 느껴지는 조용한 낭만은 이제껏 그대로인 것 같았습니다.
2018년, 창원시는 경화역공원을 새롭게 개조했습니다. 경화역의 100년 역사와 함께한 인연을 살려 가치 있는 근현대 문화 관광지로 탈바꿈시켰습니다. 경화역공원에는 다양한 포토존과 경화역 모형, 기차 전시관, 벚나무 산책로, 경화광장 등이 조성되어 있으며, 그 중 새마을호 기차를 재현한 기차 전시관은 벚꽃 시즌에 많은 SNS 사용자들의 인기 포토존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또한 전시관 내부에는 창원시와 군항제 관련 기록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만약에 벚꽃이 없어서 경화역이 허전해 보인다면, 옛 이야기로 채워보는 것은 어떨까요? 경화역에서는 지역 명사들의 인문학 스토리텔링을 통해 철길 따라 세월에 쌓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곳에서는 경화역의 역사와 벚꽃 나무의 역사, 그리고 진해의 다사다난한 과거를 들어볼 수 있는 흥미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인문학 명사와 함께하는 동행 투어는 경화역에서 끝나지 않고, 내수면환경생태공원, 여좌천 로망스다리, 진해근대문화역사길 등 다른 주요 명소도 함께 방문합니다.
그리고 경화역에서는 종종 특별한 강연도 개최됩니다. 여행작가가 인솔하는 경화역 내 투어를 통해 기차역이 가지고 있는 인문학적 의미를 들려주고, 경화역과 같이 특별한 사연을 가진 국내 간이역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경화역은 낮에도 아름다운 공원이지만, 특별한 밤에는 더욱 환상적인 모습을 선보입니다. 경화역공원에서는 야외무대를 비롯하여 주차장 등 곳곳에 설치된 야간경관조명이 아름다운 밤을 만들어 줍니다. 하늘에 떠 있는 반짝이는 별빛과 공원을 수놓은 오색 찬란한 불빛이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풍경은 마치 은하수 다리를 건너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이렇게 반짝이는 별빛을 감상하며 걸을 수 있는 <경화역철길야행>은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진해 경화역
경남의 벚꽃 명소로 유명한 경화역은 창원시 진해구 경화동에 위치한 작은 간이역으로, 2006년 이후로는 여객 업무를 하지 않고 있다. 성주사역과 진해역 사이에 있으며, 철길을 따라 쭉 펼쳐진 벚꽃은 터널을 이루어 안민고개나 진해 여좌천 다리와 함께 벚꽃 사진 명소로도 유명하다. 벚꽃이 만발한 철길 위를 자유롭게 거닐 수 있으며, 벚꽃이 떨어질 때는 열차에 흩날리는 벚꽃이 환상적인 낭만을 느끼게 해준다. 영화 '소년, 천국에 가다'와 드라마 '봄의 왈츠'의 촬영지인 경화역에서부터 세화여고까지 이어지는 약 800m 철로변의 벚꽃은 여좌천보다 한가하게 벚꽃을 즐길 수 있어 연인들과 가족 단위의 관광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 매년 벚꽃이 필 무렵에는 구경하러 오는 관광객들이 늘어나, 2009년에는 군항제 기간에만 일시적으로 여객 업무를 재개하기도 했다. 군항제 기간 중에는 벚꽃축제 셔틀열차를 운행하며, 이 곳을 지나는 열차들은 모두 서행운전을 하여 관광객들이 벚꽃의 낭만을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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