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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테우해변, 말 등대와 바다가 속삭이는 제주의 숨결

by 인베스트 포 인베스터 2025.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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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도착한 첫날,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짠내 나는 바다를 보고 싶었다. 공항 근처에 마땅한 해변이 있나 검색하다 발견한 곳이 이호테우해변. 솔직히 이름은 낯설었지만, ‘조랑말 등대’라는 말에 끌렸다. 빨간 말과 흰 말 등대라니, 뭔가 동화 속 풍경 같지 않을까? 렌터카를 몰고 15분도 안 돼 도착한 해변은 기대 이상이었다. 잔잔한 파도 소리, 소나무 숲에서 풍겨오는 솔향, 그리고 멀리서 빛나는 말 등대는 제주 여행의 시작을 완벽히 장식해 줬다. 해변을 맨발로 걸으며 바람에 머리를 맡긴 그 순간, 나는 이곳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님을 느꼈다. 

이호테우해변, 말 등대와 바다가 속삭이는 제주의 숨결
이호테우해변, 말 등대와 바다가 속삭이는 제주의 숨결 ⓒ한국관광공사

 

이호테우해변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이호동 166-1에 자리 잡고 있다. 제주국제공항에서 차로 10~15분, 약 6km 거리로, 제주 시내에서 가장 가까운 해변이다. 내비게이션에 ‘이호테우해수욕장’을 찍고 달리면 금세 도착한다. 나는 공항에서 렌터카를 빌려 곧장 갔는데, 도로가 한적해 운전이 부담 없었다. 대중교통으로는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202번 또는 300번 버스를 타고 ‘이호테우해수욕장’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버스에서 내리면 해변이 바로 코앞이다. 주차장은 무료로 널찍해 차를 세우는 데 스트레스 없었다. 다만, 여름 해수욕장 개장 기간(2024년 6월 24일~8월 31일, 10:00~19:00)엔 피서객이 많으니 아침 일찍 가는 걸 추천한다.

 

이호테우해변, 말 등대와 바다가 속삭이는 제주의 숨결 ⓒ한국관광공사
이호테우해변, 말 등대와 바다가 속삭이는 제주의 숨결 ⓒ한국관광공사

 

이호테우해변의 이름은 제주 전통 뗏목 ‘테우’에서 왔다. 옛날 이호마을 어부들이 테우를 타고 멸치나 자리돔을 잡았던 흔적이 이름에 남아 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이곳은 작은 어촌이었지만, 공항과 가까운 지리 덕에 1980년대부터 관광지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해변의 상징인 빨간 말과 흰 말 등대는 1987년 세워졌는데, 제주 조랑말을 형상화한 이 등대는 이호테우를 대표하는 포토존이 됐다. 안내판에 따르면, 이곳은 제주 전통 어로 방식인 원담(돌담으로 물고기를 가두는 구조)도 복원된 이호 모살원이 있어 지역의 역사를 엿볼 수 있다. 나는 썰물 때 원담을 구경하며 제주 어부들의 지혜에 감탄했다. 이런 이야기가 해변을 더 특별하게 만들었다.

이호테우해변, 말 등대와 바다가 속삭이는 제주의 숨결 ⓒ한국관광공사
이호테우해변, 말 등대와 바다가 속삭이는 제주의 숨결 ⓒ한국관광공사

 

볼거리는 뭐니 뭐니 해도 말 등대와 백사장이다. 빨간 말 등대는 햇빛에 더 선명하고, 흰 말 등대는 석양에 더 예쁘다. 나는 아침에 방문했는데, 빨간 등대와 푸른 바다의 대비가 사진에 딱였다. 트립어드바이저 리뷰처럼 오후엔 역광 때문에 사진 찍기가 까다로울 수 있으니 오전 방문을 추천한다. 백사장은 경사가 완만해 맨발로 걷기 좋고, 간조 때 드러나는 넓은 모래밭은 끝없이 펼쳐진 듯했다. 놀거리로는 물놀이와 캠핑이 인기다. 소나무 숲엔 캠핑장이 있어(2024년 예약 문의: 064-728-8888), 여름이면 텐트 치고 바비큐를 즐기는 이들로 북적인다. 나는 친구와 함께 해변을 따라 산책하며 아카시아 숲의 향기에 취했다. 파도 소리를 들으며 모래에 발자국을 남기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됐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이호테우해변은 최고의 놀이터다. 얕은 수심 덕에 아이들이 물장구치기 좋고, 모래놀이도 끝없는 재미를 준다. 우리 일행의 조카는 말 등대 앞에서 사진 찍느라 정신없었다. “삼촌, 빨간 말이 더 귀여워!”라며 깔깔대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해변 근처엔 전망휴게소와 샤워장(유료, 2,000원)이 있어 편리하다. 반려견 동반도 가능하지만, 리드줄(2m 이내)과 배변봉투는 필수다. 우리 강아지는 모래밭을 뛰어다니며 신났다. 다만, 해변 옆 제트스키 대여점은 관리 상태가 아쉬웠다는 후기가 있으니 이용 전 확인하시길. 아이들 체험으로는 원담 관찰이 추천된다. 썰물 때 해설사와 함께 원담의 생태를 배우는 프로그램(제주시청 문의, 064-728-3981)이 가끔 열린다.

 

이호테우해변, 말 등대와 바다가 속삭이는 제주의 숨결 ⓒ한국관광공사
이호테우해변, 말 등대와 바다가 속삭이는 제주의 숨결 ⓒ한국관광공사

 

숨겨진 명소로는 이호 모살원을 꼽는다. 원담 사이로 작은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모습을 보니 제주의 옛 모습이 그려졌다. 체험 활동으로는 서핑이 매력적이다. 해변 근처 서핑 강습소(알작지 방향, 064-747-0777)에서 초보자도 2시간 강습(약 70,000원)을 받을 수 있다. 나는 서핑은 도전하지 않았지만, 옆에서 서퍼들이 파도를 타는 모습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여름철엔 야간 해수욕장 개장(2024년 7월 15일~8월 15일, 19:00~20:00)도 있어 별빛 아래 바다를 즐길 수 있다.

 

배고플 땐 근처 맛집을 찾아야 한다. 나는 ‘바당조배기’(제주시 도두항서5길 23, 064-711-7717)를 방문했다. 제주 방언으로 수제비를 뜻하는 조배기는 쫄깃한 면발과 해산물 국물이 어우러져 감탄이 나왔다. 숙소 사장님 추천으로 간 이곳은 현지인도 즐겨 찾는다고. 좀 더 푸짐한 식사를 원한다면 ‘삼미횟집’(제주시 도두항서5길 1, 064-713-6400)의 모듬회를 추천한다. 전복과 옥돔구이가 포함된 스끼다시가 푸짐했다. 커피 한 잔 하고 싶다면 해변 앞 ‘빈타지커피’(제주시 이호일동 166-3)는 분위기와 맛 모두 만족스러웠다.

 

이호테우해변, 말 등대와 바다가 속삭이는 제주의 숨결 ⓒ한국관광공사
이호테우해변, 말 등대와 바다가 속삭이는 제주의 숨결 ⓒ한국관광공사

 

이호테우해변 주변엔 볼거리가 많다. 차로 10분 거리의 도두봉은 짧은 등산 후 바다 전망이 일품이다. 한담해안산책로(애월읍)도 차로 15분이면 닿아, 카페 거리와 함께 산책하기 좋다. 아이들과는 제주 아르떼뮤지엄(애월읍 곽지2길 33, 064-799-8700)을 추천한다. 몰입형 미디어아트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숙소로는 ‘신라스테이 플러스 이호테우’(제주시 도두일동 2039-2, 064-717-5700)가 탁 트인 오션뷰로 기억에 남는다. 예산이 넉넉지 않다면 ‘제주해비치 펜션’(이호일동 167-3, 064-747-1234)은 소나무 숲 뷰와 깔끔한 시설로 가성비 좋다.

이호테우해변은 내게 제주의 첫인상을 선물한 곳이다. 말 등대 앞에서 찍은 사진, 모래에 발 담그며 나눈 친구와의 수다, 그리고 소나무 숲에서 맡은 짙은 향기는 아직도 생생하다. 화려한 리조트나 테마파크는 없지만, 그래서 더 소박하고 진솔한 이곳은 마음을 채워줬다. 제주 여행의 시작이나 끝을 장식하고 싶다면, 이호테우해변으로 가보시길. 그곳에서 여러분만의 제주 이야기를 만들어 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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